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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임 기록 12 - 난소야 왜 반응이 없니
    난임기록 2025. 11. 10. 10:54

    오늘은 조기 진료로 7시반 진료 후 출근했다. 아침 7시반에 딱맞춰서 초음파실에 도착했는데 이미 8분 정도 대기가 있었다. 다들 어디서부터 오셔서 벌써 여기 계시는건지.. 잠은 주무시고 오셨는지..


    나는 조기진료 예약이 있어서 그런지 순서가 좀 더 앞당겨져서 금방 초음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흘만에 본 난소는 큰 변화가 없어보였다. 오늘은 왼쪽 난소도 질초음파로 볼 수 있었는데 다낭성만 심해보일 뿐 난포가 커진 것 처럼 보이진 않았다.
    진료실에서 만난 교수님도 난소가 반응이 크지않아 주사를 좀 더 맞아봐야할 것 같다고 하셨다. 이번 주기엔 지금 맞고있는 주사를 쭉 맞아서 배란유도를 하고 다음 주기엔 또 다른 주사로 배란을 유도해보자고 하셨다. 사람마다 주사에 대한 반응이 다른건지, 아니면 지금 내가 특이한건지 여쭤보았는데, 지금 내가 특이한 상황이라고 하셨다. 다낭성이 심하더라도 배란유도주사에 반응이 어느정도 와야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보자고 하셨다 🥲
    금요일 오후에 대진을 보고 상황이 괜찮으면 다른 주사가 추가될거고, 그때까지도 난포 성장이 미진하면 동일하게 퍼고베리스를 더 맞고 다음주에 교수님 진료를 보자고 하셨다.


    8시반 주사실에서 주사까지 맞고 회사로 오는 길. 약간의 우울감을 느끼며 차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내가 나 스스로를 그간 너무 방치했던걸까? 이미 지나와서 어찌할 수 없는 과거임에도 대책없는 후회와 왠지모를 죄책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무력감. 어쨋든 지금 내가 이 상황을 이겨낼 방법은 없다. 그저 받아들이고 병원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 착실히 시술을 준비해야할 뿐이다.

    강남을 통과해 올림픽대로를 타고 한강을 따라오면서도 참 기분이 이상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생각도 못한 일이어서. 내가 서울까지 와서 주말부부를 하게된 것도 내 인생에 있을 줄 몰랐던 일인데, 강남의 난임병원까지 와서 난임 시술을 받고 임신을 준비하게 될 줄도 생각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아직 젊으니까, 실력있다는 병원이니까, 금방 잘 결과가 나올 줄 알았는데 세번째 난자채취까지도 난항을 겪을줄이야. 내가 너무 안일하게 긍정적으로만 생각했던걸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반대로 빨리 큰 병원으로 와서 그나마 시간을 번게 아닐까, 이건 다행일지도 몰라라며 위안도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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